제목 초산/ 40w1d/ 자연분만/ 남아/ 3.81kg 출산후기 작성일 17-05-26 21:07
글쓴이 알라맘 (175.♡.2.137) 조회수 9,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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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산한 후기입니다^^ 글이 많이 깁니다.

처음 오월희망 산부인과를 선택한 계기는 드림분만도 좋았고 관장. 제모도 없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분만 전 내진이 없던 것도 좋으면서도 막달에는 나는 얼마나 자궁이 준비가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었네요.

전날 신랑과 무리하게 걸었다 싶었는데 밤에 3분 간격으로 배뭉침이 있었습니다.
분만실에서는 좀 더 참아보시라 하여 참고 자려고 노력했는데 잠든 것보니 가진통이었네요.

출산당일 아침 6시 반 레몬색의 젤리같은 냉이 나오고 나니 자연관장처럼 대변을 보았는데
그때는 핑크빛 젤리같은 냉이 나오더니 5분 간격으로 배가 생리통처럼 싸하게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11시 경  배탈난 것 처럼 아파와서 분만실에 전화를 드리고 내원하여 내진해보니
자궁문도 안열려있고 진통도 생각보다 약한데 제가 많이 아파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처음 겪은 내진인데 참을 만 했으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었습니다...
 
우선 집에 다시 가겠다고 하고 입원은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 진료예약도 되어있던터라 문세희 원장님께 바로 진료를 받았는데 오후나 저녁에 다시 분만실에 올 것 같긴 하다는 말을 듣고 귀가를 했습니다.
근데 오면서부터 내진빨을 받았는지 더 센 강도로 땀이 송글송글 맺히게 아파와서
오후 4시 반까지 참다가 병원을 갔습니다. 병원가는 차 안에서도 계속 진통이 와서 벨트도 못하고 몸부림을 쳤네요..

도착해서 내진을 받았는데 이전의 내진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너무 아파서 뒤로 자꾸 도망가지고.. 간호사선생님은 안그래도 자궁문이 뒤쪽에 있어서 깊이 넣어야하는데  뒤로 도망가시면  안된다. 말씀하시고... 약간 강제로 손가락 꽂힘을 당해서 열린 기분이었달까요..
그렇게 2cm쯤 열렸다는 말을 듣고 입원이 확정 되었습니다.

'나는 꼭 자연분만을 한다' 방에 입실하니 뭔가 설렘 반 두려움 반 이었습니다. 이 방에 들어오면 애와 함께 나가는 것이었으니까요. 들어가자마자 포도당을 맞으며 무통 테스트를 맞았습니다. 근데 왠걸 테스트인데 너무 잘들어서 퇴근전 회진돌으시는 원장선생님과 웃으며 저 하나도 안아프다고 자랑자랑을 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6시 반부터 무통 테스트가 풀리더니 본격적인 진통이 왔습니다.
배위를 트럭이 지나가고 이런건 기억도 안나고 그저 세상에서 느껴보지 못한 고통 이었습니다.
이건 죽기 직전까지의 고통도 아니었으며 그냥 죽으라는 고통이었습니다.
입에서는  그냥 짐승소리가 나왔고 신랑의 심호흡도 들리지 않고 눈을 감고 있으니
이것이 저의 앞날이라고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애 낳기를 포기 할 수 있으면 백기를 들고 싶은 기분에.
나 못해. 나는 애 못 낳아. 포기할래. 자신없어 계속 말하며 제왕절개한다고 신랑에게 사정사정 했습니다.
무통 맞아도 다시 8cm 열리면 진통을 느껴야했고 진통이 이정도인데 분만은 더 힘들거라고 생각하고 제왕을 외쳤습니다. 하지만 단호박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응급 경우 말고는  제왕안한다하시고 애도 이렇게 잘 견디는데 엄마가 이러면 어떡하냐 하시는데 진상의 예비엄마는 제왕안해주면 다른병원가겠다고 진상을 부렸네요..

여전히 2cm라서 무통도 안된다는 단호박 간호사 선생님의 선택은 자궁마사지 였습니다.
저의 자궁문을 지점토로 두꺼비 집을 짓듯이 벌리시는데.. 순식간에 4-5cm 를 만드시더라구요.
정말 예쁜 간호사 선생님이신데 저승사자로 보였습니다.. 그 작은 손에 저의 자궁은 그저 지점토..
하지만 덕분에 바로 무통을 놔주시고 그때부터 신랑과 심호흡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8시 반쯤 되어서 다시 들어오신 단호박 간호사 선생님은 내진 해보고 힘주기 연습할거에요. 하시는데
내진 안하면 안될까요? 이따가 하면 안될까요? 10분만요. 했으나...
엄마 그러면 안되요. 진행상황을 알아야해요. 하시는 칼단호박 선생님.. 이번에도 저의 자궁은 지점토..
그렇게 7-8cm까지 진행되어 힘주기에 돌입했습니다. 두분의 간호사 선생님과 함께 2회씩 4세트 한 것 같네요.

배에 진통이 올 때 항문으로 대변 누 듯 정말 대변 누 듯! 이었습니다. 평소 운동은 하나도 안했는데
누워서 나비자세. 합족 자세 자주 했더니 다리 벌리는데에 아주 도움이 되었습니다.

퇴근하셨던 저의 한줄기 빛 문세희 원장님께서 애기 받아주시려고 오셨습니다.
힘주기 첫 시도하며 회음부 절개를 하는데 극소마취로 아무 느낌 없습니다.
힘주기 2회 더 시도하면서 아기 머리를 빼려고 제 회음부 주변을 아기 머리가 나오게 꾹꾹 누르시고
다시 한번 힘주면서 저녁 9시 31분 꿀렁하며 머리가 나오고
힘을 빼니 촤라락 하는 느낌이 들며 아가가 태어났습니다^^

당일 낮 초음파상 3.5kg 였던 아들은 3.8kg로 신생아인듯 신생아 아닌 기분으로  태어나주었습니다.
진짜 제대로 된 진통은 6시 반부터 느낀 것 같네요.
초산인데 순산했다며 웃어주시는 간호사 선생님말에 저는 또 힘을 얻습니다 ㅠㅠ

그때부터 정신줄을 놓고 헛소리를 시작했습니다.
원장 선생님 퇴근하셨는데 이렇게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간호사 선생님 두분 아니셨으면 저 애기 못낳았을거에요. 너무 감사드려요. 주절주절
무슨 수상소감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팩트는.... 저는 단호박 간호사 선생님 덕분에 촉진제도 안 맞고 순산 했습니다.
그 분의 손길이 촉진제였으니까요. 훗배앓이도 없이 날아다니는 산모입니다.
응원과 격려와 매질을 함께 해주시던 두 간호사 선생님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둘째도 문세희 원장님과 단호박 간호사님 손에서 낳아지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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